2008년 3월 18일 화요일

애니메이션 비디오 팔던 그때 그시절.. 지금은 돈벌 만한거 없을까?

97년쯤 pc 통신 시절이야기다. 와.. 벌써 10년전이란 말인가..

그 10년이라는 세월동안 정말 상상할수 없을만큼 많은 것이 변했다.
결정적으로 pc통신이라는것 자체가 없어져 버렸으니 말이다.

머 .. 5년전 삼류 사이트였던 네이버가 왕좌에서 내려올 생각을 안하게 된걸 보면 10년은 정말 어마 어마한 세월일수도 있겠다.

저작권이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그때 난 일본 애니메이션 비디오 테이프를 팔고 있었다.

정말 누구나 가능한 손쉬운 일이었지만 누구나 하지 않는 일이었다. 불법이었으니까 말이다.

나도 친구가 하는것을 보고 따라하고 나서야 너무나도 손쉬운 일이라는것을 알았다.
사실 돈버는게 다 그런게 아닐까?

올라선 사람은 15cm 계단 한칸이지만 한칸 아래사람은 산보다 높아보이는게 돈버는 방법아니겠는가?


이 비디오 파는것이 돈이 된 이유는 간단한다.

사고 싶어하는사람들이 있기때문이었다.

그냥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구해서 필요로하는 사람에게 팔면 되는거였다.

하지만 나는 애니메이션을 가진것이 없었다.

일단은 친구가 가진것중 몇개를 복사 떠서 pc통신 "사고팔고" 게시판에 올려보았다

연락이 왔다. 가진 리스트가 별로 없었지만 의외로 연락이 많이 왔다.


친구에게 받은 비디오를 복사해서 몇개를 팔았다.

이 비디오라는게 복사의 단계를 거칠수록 급격히 화질이 떨어지는 놈이라 친구에게 복사해온 내비디오도 화질이 떨어지는 마당에 복사를 떠서 팔았던 비디오는 정말 화질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상당히 조마 조마 했다. 혹시나 화질이 구리다고 환불을 요청하면 어떻하나?

다행이 별말 없었고, 몇명은 고맙다고까지 했다.


거기에 힘을 얻어, 돈을 얻어 A급 화질을 구하러 다녔다.

그리고 레이져디스크(레코드판만한 cd로 당시에는 가장 화질이 좋은 애니였다)를 가지고 복사를 뜨는 사람에게서 애니메이션을 살수 있었다.

레이져디스크보다는 못하겟지만 그래도 비디오로써는 최상의 화질인 셈이다.

당시 대단한 히트였던 "에반게리온 TV판 26편"을 15만원에 살수 있었다.


그리고 그걸 가장 화질이 떨어지지만 가장 저렴만 비디오 테이프에 하나씩 복사를 해서 팔았다.

가장 저렴한 테이프 하나가 1500원 정도 했으니까 한질에 9000원이 원가가 되는거였다. 대충 전기세를 합해서 만원정도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걸 5만원에 팔았다. 15만원세트보다 화질은 떨어졌지만 , 처음 게시판에 글을 올렸을때 메일이 정말 많이 왔다.

한마디로 대박(개인적으로 ㅋㅋ)이 났다.

에반게리온만 몇십개 팔았던거같다.


요즘 cd처럼 금방 금방 꾸울수 있는게 아니라 한번 할때 몇시간씩 그대로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점이 문제여서 비디오를 한대 더 샀다.

그래서 한번에 두개씩 복사를 떴다.

새로산 비디오가 당시 시가 80만원짜리로 복사를 하면 원본에서 손상이 거의 없다는 다이아몬드 6해드 였는데, 나랑 같은일을 하던사람이 중고로 내놓은걸 20만원주고 샀었던것같다.

여튼 대학생시절이어서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와서 텔비나 컴터하면서 비디오를 갈아끼우면 저녁시간에 에반게시판 두,세세트정도가 나왔다.
하루에 10만원 정도 이익이 생겼던거였다.  노력에 비해 다른 알바거리보다 상당히 좋았다.


웃긴건 나에게 받아간 화질 떨어지는 세트를 다시 복사해서 파는 사람도 있었다는거다.

그 사람들 덕에 나름 화질 좋고 싼 세트라는 소리도 듣기도 했다


그렇게 세월 좋게 복사를 뜨고 있었는데  단속의 손길을 피할수 없었다.

지금처럼 저작권문제가 아닌 음란물단속이었다.

당시 판매자들이 조심해야 할것이 있었는데 바로 음란물에 절대 손대지 말라는거였다.

음란물이라는게 세상에 남자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절대 없어지지 않을 아이템이기 때문에 황금어장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단속에 걸릴경우 빼도 박도 못하는 신세가 되버리는 수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몇번 흔들렸지만 하루 10만원 버는거에 만족하고 음란물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그리고 당시에 단속을 피하기 위해 나우누리에 장터에는 새벽 4시에서 4시 10분 사이에 온갖 불법 복사광고글이 순식간에 올라왔다가 사라졌었다.

그때를 기다렸다 메일을 보내오는 사람에게 한번 팔고 나면 고객리스트를 만들었다.

고객 리스트가 어느정도 완성되면 더이상 글을 올리지 않고 고객들에게만 새로운 애니 소식을 전하고 주문을 받았다.

그정도로 조심조심 했었다.


그러다 3달만에 처음 어리버리하던 초보 때 올렸던 글을 지우지 못해 꼬리를 밟혀 단속에 걸렸다. 물론 초범에 알바수준의 규모라 훈방조치만 했지만 어린맘에 얼마나 쫄았는지 모른다. 그때 그 조서를 꾸밀때 공포감이란.. 이 이야기는 번외편에서..ㅋㅋ

그 후에 바로 접었고, 몇달 지나지 않아 비디오 시대는 가고 cd 복사시대가 도래했다. 만약 단속에 걸리지 않았다면 나도 cd복사를 했을것같다. 그리고 대담해져 규모를 늘리다가 잡혀 더 엄한 꼴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그때 잘 잡혔다고 생각이 든다.

불법적인건 안하는게 좋다.

아무리 그 사탕이 달콤해도 빨아 먹으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요즘 취직도 안되고 사업을 해도 돈안된다고 모두들 끙끙댄다. 나도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끙끙댄다.

그래도 실업자가 400만명부산인구랑 맞먹는데??이라는 소릴 들으면 하기 싫어도 참고 일을 하는게 행복한거라고 최면을 걸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가끔 그때 비디오파는것처럼 그렇게 좋은 아이템으로 투잡같은거 할만한게 없을까 생각도 해본다.


사람들이 원하는것에 돈이 있다

이말은 진리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것과 사람들이 원하는것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가끔 네이버에 신규등록된 사이트들을 둘러본다. 

그곳을 보면 하루에 200여개의 사이트가 등록이 되는데 20개~30개는 옷쇼핑몰이다.
하나같이 비슷하다. 니폰필이라는둥 , 유럽풍이라둥, 명품스타일이라는둥..
그리고 들어가보면 더 똑같다.

쇼핑몰 주인들이 자기가 파는 옷을 입고 찍은 사진들을 걸어 놓고 있다.

과연 누가 와서 살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사는 사람이 있지만 네이버 등록비 , 광고비 등을 다 빼도 남는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남들과 똑같을 바에는 나오지마라고 서태지가 그랬다. 서태지 정도니까 그럴수 있지만 어렵다는건 안다.

그래도 한번쯤.. "퍼플카우" 정도는 아니더라도 "레드카우"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갑자기 왜 비디오 팔다 말고 이런이야기가 ...


쇼핑몰이 유행하기 전에는 그것이 돈버는 방법이었지만, 지금은 돈버리는 일이 되어버린것과 같다.  쉬운 일이지만 다 아는 이야기라면 돈이 벌리지 않겠지?

물론 그보다 한칸 더 올라선 사람에게만 또 보이는 풍경이 있겠지만 말이다.
문제는 그 한칸 올라서는것이 4,5년전보다 몇배더 어려워졌다는것..

그래도 분명히 있다. 지금 내 계단에서는 안보이지만 말이다.


지금도 찾고 있다. "블루오션"을.. 아니 "블루레이크" 정도라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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